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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순절 열 넷째날(3월 5일) 묵상글 | 운영자 | 2026-03-0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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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습니다, 주님>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하시고 다시 몸을 굽혀 손가락으로 땅에 쓰시니 -요한복음 8장 7-8절"
어느 새벽, 성전 마당이 돌 부딪히는 소리로 서늘해졌습니다. 율법을 쥔 단단한 손들이 한 여인을 한가운데 세웠습니다. 칼날 같은 질문 하나가 던져졌습니다. "선생은 어떻게 말씀하시겠나이까?" 그러나 주님은 곧장 답하지 않으시고, 몸을 굽혀 흙 위에 조용히 무언가를 쓰셨습니다. 이 사순절, 우리는 그 흙 앞에 섭니다. 남을 정죄하던 손, 내 죄를 가리던 손-그 손에 쥔 차가운 돌의 무게가 서서히 손목까지 내려앉는 듯 느껴집니다.
주님은 침묵으로 모두의 숨을 멎게 하신 뒤, 단 한마디로 양심의 심장을 꿰뚫으셨습니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돌도 무겁지만, 양심은 더 무겁습니다. 이내 늙은 자부터 하나 둘 뒤로 물러났습니다. 그 자리에 쌓인 것은 돌더미가 아니라 무너져내린 침묵이었습니다. 그리고 성경은 간결한 결론을 남겼습니다. "오직 예수와 여자만 남았더라."
사순절은 여기서 다시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군중도, 평판도, 이름도 사라지고 오직 예수와 나만 남는 그 자리에서 말입니다. 그때 주님이 물으십니다. "너를 정죄하던 자들이 어디 있느냐?" 그 여인은 조용히 대답합니다. "주여, 없나이다." 그리고 그분의 음성이 이어집니다.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가라. 그리고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
<중략>
사순절에 내려놓아야 할 돌은 무엇일까요? 그 돌을 움켜쥔 채로는 결코 주님과 단둘이 남을 수 없습니다. 돌을 놓아야 비로소 흙 앞에 무릎을 꿇고, 십자가의 주님의 손가락이 내 이름을 다시 새기시는 은혜를 경험합니다. 군중의 소리 대신 말씀의 숨을 들어 보십시오. 그 틈에서 내 영혼을 향한 한마디가 쓰일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렇게 고백하게 될 것입니다. "오직 예수와 나만 남았더라."
<기도하기>
주님, 제 손의 돌을 내려놓고 흙 앞에서 엎드립니다. 십자가의 피로 제 죄의 기록을 지워주시고, 성령의 숨으로 제 마음을 여시며 길을 열어주소서. '정죄하지 않음'의 은혜와 '다시는'의 거룩함 사이에서, 오직 예수님과 저만 남는 자리로 이끌어주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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