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서른 두 번째날(4월 10일) 묵상글 | 성우경 | 2025-04-0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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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 시의 하나님"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까 나의 도움은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로다 여호와께서 너를 실족하지 아니하게 하시며 너를 지키시는 이가 졸지 아니하시리로다 이스라엘을 지키시는 이는 졸지도 아니하시고 주무시지도 아니하시리로다 -시편 121편 1-4절- 건강한 사람은 몸에 대해 의식하지 않고 삽니다. 아픈 곳이 생길 때, 또 나이가 들면서 몸에 불편함이 생길 때 우리는 비로소 자신이 몸을 가진 존재임을 의식합니다. ahadamf 날카롭게 의식하면서부터는 자아상도 바뀌고 타인과 맺는 관계도 변해갑니다. 자신감이 없어지고 대인관계에서 위축되거나 쉽게 섭섭한 감정을 느낍니다. 시간에 대한 감각도 달라집니다. 건강할 때는 순식간에 지나가던 한 시간이 앓아 누워 있을 때는 얼마나 길게 느껴지는지 모릅니다.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봄날의 책)의 한 대목입니다. “새벽 세 시는 이 변화들이 가장 날카롭게 지각되는 시간이다. 통증의 들쑤심에 속절없이 지새우는 밤의 새벽 세 시를, 쏟아지는 잠을 떨치며 지친 몸으로 아픈 이의 머리맡을 지키는 새벽 세 시를, 나이 들어가며 ‘전 같지 않은’ 몸을 마주하게 되는 새벽 세 시를 떠올려보자. ..심신의 이동과 변화를 가져오는 이 모든 사건의 한가운데에는 몸으로 만나게 되는 누군가가 있다. 병상에서 읽을 책일 수도,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일 수도, 돌봄 제공자일 수도 있는 이 누군가의 경험은 변화하는 나의 경험과 필연적인 동반자 관계를 이루며 각각의, 그리고 또 통합된 하나의 이야기를 짜 나간다.” 이 책은 아프지 않은 사람이 잘 모르는 그 시간이 덜 힘들 수 있도록 사회가 배려하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돌봄을 제공하는 이들에게도 잠들지 못하는 새벽은 참 힘든 시간입니다. 한 통계에 따르면, 가족 간병인 95.7%가 간병으로 신체와 정신이 모두 한계에 몰려 있다고 합니다. 수면 부족이나 불면증을 호소하는 이가 열에 여덟, 환자와 함께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이가 열에 세 명입니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이 고통스러운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점입니다. “이스라엘을 지키시는 이는 졸지도 아니하시고 주무시지도 아니하시리로다”라고 고백하는 시인의 삶은 어땠을까 상상해봅니다. 모두가 잠든 시간, 나는 이렇게 아픈데 나 빼놓고 아무렇지도 않게 평온하게 흘러가는 것 같은 세상, 주위를 둘러보아도 어떤 도움도, 어떤 공감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한숨을 쉬며 산을 바라보았을 것입니다. 하늘의 하나님을 바라보아야 할 순간이지만 고개 들 힘도, 용기도 없는 상황이었을지 모릅니다. 그런 순간에 찾아와 위로해주시는 하나님이라면 우리는 그분을 ‘새벽 세 시의 하나님’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입니다.
-돌봄과 회복을 향한 40일의 여정 <아무도 혼자 울지 않는다>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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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성우경 2025.4.9 13:52
우리의 모든 아픔을 이해하시고 위로하시는 하나님의 크신 위로하심의 은혜가 넘쳐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