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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순절 첫째날(2월 18일) 묵상글 | 운영자 | 2026-02-1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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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닙니다"
"또 묻되 그러면 누구냐 네가 엘리야냐 이르되 나는 아니라 또 묻되 네가 그 선지자냐 대답하되 아니라(요한복음 1장 21절)"
세상은 쉼 없이 다그칩니다. '당신은 누구인가?' 우리는 그 추궁에 답하려고 스스로를 몰아세우며, 무엇이 되고자 악착같이 쌓아 올립니다. 타인의부러움을 사는 전문성,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과 인기-이러한 것들이 차곡차곡 쌓일수록 내가 더 존엄해질 것이라 믿지요. 그러나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 앞에 홀로 서는 순간, 겉은 옻칠한 듯 그럴듯하지만 속은 빈 마루처럼 쓸쓸하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됩니다.
세례 요한은 그 물음 앞에 또렷이 섭니다."아닙니다. 아닙니다. 나는 아닙니다." 이 연이은 부정은 비겁한 후퇴가 아니라 믿음의 한가운데에서 울려 나온 고백입니다. "나는 빛도 아니고, 생명도 아니고, 메시아도 아닙니다." 그는 '대단한 누군가'가 되려는 욕망을 내려놓고 '말씀'을 가리키는 자리로 한 걸음 물러섭니다. 사순절은 바로 여기서 시작됩니다. '나는 아니다'라는 고백이 비워낸 자리 위로 말씀이 빛처럼 스며듭니다.
<중략>
결국 사순절의 영성은 이 한 구절에 응축됩니다. "그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요 3:30) 십자가 앞에서 '무엇이 되고 싶어 하던 나'를 내려놓고 이렇게 고백합시다. "나는 아닙니다. 나는 다만 말씀 앞에 길을 여는 소리일 뿐입니다."
<기도하기> 주님, 드러나려는 마음을 거두고 말씀을 가리키는 소리로 살게 하소서. 요한과 헤론처럼 저는 사라지고 주님께로 가는 길은 더욱 또렷해지게 하소서. 오직 말씀만 빛나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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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성우경 2026.2.18 08:50
오직 나는 죽고 예수만 드러나는 삶을 살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