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마흔 번째 날(4월 19일) 묵상글 | 운영자 | 2025-04-1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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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을 견디는 힘"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요한복음 12장 24절
십자가와 부활 사이에 있는 오늘을 교회 전통은 '성토요일'이라고 불러왔습니다. 십자가의 슬픔도, 부활의 환희도 아닌 사이의 중간 시간입니다. 마치 아무것도 없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 같습니다. 이날은 유대인의 안식일이었기에 밖에 나가볼 수도, 무언가를 시도해볼 수도 없는 날이었습니다. 가만히 쉼을 누리는 것이 맞지만,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뒤라 마음을 진정시키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쉴 수도, 일할 수도 없는, 예수님이 계신 곳으로 달려갈 수도 없고, 가만히 있기도 힘든 날이었습니다 예수님은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라고 하셨습니다. '죽음'과 '열매' 사이에 얼마나 긴 간격이 있는지 모릅니다. 땅에 묻혀 어둠을 견뎌야 하는 씨앗에게는 마치 영원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시간입니다. 그 열매는 인스턴트 음식처럼 금방 맛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죽음과 열매 사이의 거리는 내 생각보다 길 수 있고, 그 구렁은 상상 이상으로 깊을 수 있습니다. 죽음과 열매 사이, 성토요일은 이 기간의 어려움을 잘 말해줍니다. '토요일의 기독교'라는 말이 있습니다. 십자가의 구원은 일어났지만 부활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이미'와 '아직 아니'사이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실존을 잘 보여주는 어구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은혜로 구원받았습니다. 그러나 아직 그 구원은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죄와 싸워 이길 힘을 부여받았지만, 여전히 죄의 유혹 가운데 있습니다. 성령을 받았고 그 기쁨을 알지만, 성령을 근심하게도 합니다. 하늘에 속한 사람임을 알지만, 땅의 염려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리스도의 승리를 선포하지만, 여전히 세상에는 불의와 억압이 있습니다. 부활의 승리를 알지만, 그 승리를 흐리게 만드는 수많은 현실 앞에서 좌절할 때가 많습니다. 우리는 예배를 통해, 또 공동체 안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통해 승리의 영광을 맛 봅니다. 선교의 현장에서, 돌봄과 섬김의 자리에서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체험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때로 어둠을 경험하고 탄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도 마주합니다. 우리가 성금요일과 부활절 사이를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는 이 토요일을 견디는 힘이 필요합니다. 금요일에 목격한 십자가의 사랑, 주일 아침에 맞게 될 부활의 소망, 우리가 이 사이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토요일을 견디는 힘입니다 이날은 '위대한 침묵의 날'(The Great Silence)이라고도 불립니다. 씨앗이 심겨져 있다면 밑에서 약동하고 있을 것입니다. 새 생명의 역사는 이미 시작되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소리조차 들리지 않아도 하나님은 일하고 계십니다. 생명이 자라고 있음을 알기에 우리는 소망 가운데 살 수 있습니다
-돌봄과 회복을 향한 40일의 여정 <아무도 혼자 울지 않는다>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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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운영자 2025.4.19 14:07
부활의 소망을 바라보며 기다리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