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사순절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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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스물 네 번째날(4월 1일) 묵상글 운영자 2025-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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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순간에 머물기"

 

마르다는 준비하는 일이 많아 마음이 분주한지라 예수께 나아가 이르되 주여 내 동생이 나 혼자 일하게 두는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시나이까 그를 명하사 나를 도와 주라 하소서 주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마르다야 마르다야 네가 많은 일로 염려하고 근심하나 몇 가지만 하든지 혹은 한 가지만이라도 족하니라 마리아는 이 좋은 편을 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

 

-누가복음 1040-42-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는 조심성이 각별해서 사람의 눈에 좀처럼 띄지 않는 표범을 찍으려고 히말라야산맥을 헤매는 사진작가가 등장합니다. 주인공 월터가 그를 만났을 때 그는 오랫동안 한 장소에서 그 표범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침 그 순간에 둘의 눈앞에 표범이 나타납니다. 멋진 작품을 남길 일생일대의 기회입니다. 그러나 사진작가는 카메라를 들지 않고 바라보기만 합니다. “어떤 때는 안 찍어. 아름다운 순간을 보면 카메라로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저 그 순간 속에 머물고 싶지.”

 

 오늘 말씀에 나오는 마리아에게 언니를 도와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없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마르다도 마리아가 일어나서 부엌으로 오기를 기다렸을 것입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다가 빠져듭니다. 언니를 도와야 한다는 사실마저 까맣게 잊습니다. 언니가 헛기침을 해도,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일부러 크게 내도 듣지 못합니다. 얼마나 기가 막혔으면 마르다가 예수님에게 따졌겠습니까? 성경은 섬기는 행위보다 예배가, 봉사보다 성경공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예수님 말씀 앞에 머무는 마리아의 마음이 표범의 사진을 찍지 않고 그 순간에 머물고 싶어 한 사진작가의 마음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희귀한 동물을 적절한 배경에서 포착한 사진은 비싼 값에 팔 수도 있고, 명성을 남길 수도 있습니다. 일류 사진작가가 수개월을 투자해서 찍은 것이니까요. 그러나 우리 삶의 어떤 순간은 그 수개월의 노력보다 소중합니다. 연인 사이의 어떤 대화는 일생을 함께할 결정을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꽁꽁 얼어붙어 있던 부자 사이가 한 번의 대화로 녹아내리기도 합니다. 평소에 별 감흥없이 듣던 설교 한두 마디가 기존의 세계를 흔들고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기도 합니다. 예수께서 마르다에게 가르치신 것은 일보다 예배가 아니라 어느 쪽을 택하든지 나누이지 않는 마음으로 하라는 것입니다. 대화할 때는 대화하고, 일할 때는 일하는 것입니다. 아이와 시간을 보낼 때는 아이가 전부이고, 직장에서 일할 때는 그 일이 가장 우선입니다. 그 시간을 온전히 사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돌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태도입니다. 돌봄이란 먹이고 입히고 씻기는 활동이기도 하고, 때로 그냥 함께 있어 주는 것,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는 것, 말이 없을 때에도 내가 당신 곁에, 당신 편에 있음을 확신시켜 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그 자리에 머무는 것(being present)은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입니다. 아프고 외로운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일입니다.

 

-돌봄과 회복을 향한 40일의 여정 <아무도 혼자 울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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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성우경 2025.3.31 20:16

    참된 관심은 ‘그 자리에 머무는 것’임을 기억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사람을 치유하고 회복하는 사역에 집중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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