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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사순절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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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서른 여덞번째날 (4월 2일) 묵상글
운영자 2026.4.2 조회 18

그리고 재판석에 앉았다

 

*요한복음 19:12-13 “이러하므로 빌라도가 예수를 놓으려고 힘썼으나 유대인들이 소리 질러 이르되 이 사람을 놓으면 가이사의 충신이 아니니이다 무릇 자기를 왕이라 하는 자는 가이사를 반역하는 것이니이다 빌라도가 이 말을 듣고 예수를 끌고 나가서 돌을 깐 뜰(히브리 말로 가바다)에 있는 재판석에 앉아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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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도는 로마제국의 변방에서 떠오른 인물이었습니다. 후대의 전승은 그가 황제 가문과의 혼인으로 단숨에 신분의 사다리에 올랐고, 마침내 팔레스타인의 총독 자리에까지 이르렀다고 덧붙입니다.그러나 출세가도가 화려했을지라도 그의 내면은 자유롭지 못했습니다.늘 황제의 눈치를 보아야 했고,작은 실수 하나도 치명적일 수 있었습니다.높아진 지위만큼 그의 마음은 더 깊이 갇혔습니다.

 

요한은 빌라도의 재판을 절묘하게 배치합니다. 밖에는 부정해질까 봐 두려워 선 자들이 있고, 안에는 예수님이 서 계십니다. 그 사이에서 빌라도는 들락날락하며 양쪽의 시선을 저울질합니다. 황금빛 제복을 입었지만, 그는 흔들리는 그림자였습니다. 그는 무죄를 알았습니다. “나는 그에게서 아무 죄도 찾지 못하노라.아내의 꿈이 그의 마음을 붙잡고,예수님의 품격이 그의 눈을 사로잡았지만 끝내 총독의 자리가 그의 발목을 붙잡았습니다.

그는 재판석에 앉았다한 마디 뒤편으로 빌라도의 처지를 감추어둡니다. 겉으로는 스스로 앉은 것 같지만, 실제로는 두려움과 형편에 떠밀려 그 자리에 붙들린 사람이었습니다. 광장의 함성, 뜰 안에 서 계신 예수님, 그 사이를 분주히 오가던 빌라도의 발걸음은 안과 밖 사이를 떠도는 영혼의 방황과도 같았습니다. 그는 진리를 눈앞에 두고도 진리가 무엇이냐?” 묻고서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미루는 그 순간, 그는 이미 자기 자리를 선택한 것이었습니다.

 

이 지점에서 아우구스티누스는 단언합니다. “예수님을 넘긴 자들의 죄가 더 크지만, 빌라도에게도 예수님의 죽음에 공모한 죄가 없지 않습니다.” 크리소스토무스의 칼날도 예리합니다. “빌라도는 더 깊이 조사해야 했지만, 황제의 원수가 되기보다 전능하신 분의 원수가 되는 길을 택했습니다.”

 

사순절은 우리 각자의 프라이토리온(총독 관저,곧 재판이 열리던 뜰)을 비춥니다. 신앙과 체면, 진리와 이익, 양심과 자리를 오가며 우리는 결정하지 않기로결정하고 있지 않습니까? 손을 씻어 무죄를 가장하고 싶지만, 그 물은 피를 지우지 못하고 회피의 흔적만 남깁니다.

사순절은 손을 씻는 계절이 아니라 손을 내미는 계절입니다. 십자가를 붙드는 손, 주님께 다시 붙잡히는 손의 계절입니다.

 

*PRAYER

주님, 빌라도는 자기 자리를 붙들었으나 흙먼지 속에 묻히고 남은 것은 사도신경 속에 기록된 이름주님을 고난에 넘긴 자의 이름뿐입니다. 그러나 주님, 당신은 영광의 자리를 버리고 십자가의 치욕을 지셨고, 침묵과 실패와 굴욕 한가운데서 은총의 문을 여셨습니다. 빌라도의 흔들림이 제 안의 회피를 비추는 거울임을 고백합니다. 오늘 주님을 택하게 하시고, 그 선택으로 내일의 저를 빚어 주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사순절 묵상집(내게 주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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